

브이넥
- 광수X종국
- BL 주의해주세요.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뒤로가기 부탁드립니다.
언제였더라. 광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감았다. 손가락 마디에 잡히는 흘러 내리는 머리카락들은 헝클어져 까치집이 되었다. 그러니까, 분명 겨울 쯤이었을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가을에서 겨울 사이였었나? 언뜻 전에 TV로 봤던 인터뷰 한 장면이 뇌리에서 스쳐갔다.
「남성 팬이 생각하시는 김종국씨의 매력은?」
「섹시함이요~~」
이 추운 겨울에 까만 티 한장만을 걸친 채 운동하는 그의 모습은 꽤나 일상적이다. 물론 종국이 음푹 파인 브이넥을 즐겨 입는것도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파인 브이넥 안으로 송글거리며 흘러간 땀방울 두어개와 함께 숨을 헐떡이는 종국을 보자 광수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난 변태인가?
광수가 속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아성찰을 할때 종국은 속으로 헛웃음을 찼다. 아니 쟨 운동하러 온 것도 아니면서 여기 왜 온거야. 왔으면 운동이나 할 것이지!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운동은 커녕 눈을 감은채 머리카락만 부여잡고 혼자 중얼거리는 광수는 꽤나 많이 이상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혹여 어디 아픈가 걱정하던 종국은 참지 못하고 이내 한 발자국씩 광수에게 다가갔다.
"야, 이광수."
"아니지, 솔직히 그 모습은 진짜 반칙이잖아."
"뭐라는거야 진짜."
종국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때 마다 광수는 제 심장소리도 일정하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두근,두근,두근. 그저 놀라서 뛰는것이 아닌 기분 좋은 심장박동이라 광수는 침을 꼴깍 한번 삼키고 두 눈을 지그시 마주쳤다.
아. 너무 섹시하다, 이 남자는. 섹시를 넘어서 야하다는 걸 본인은 알까. 아마도 눈앞의 종국은 자각하지 못할게 분명했다. 평소에는 지나치게 눈치가 빠르면서 유독 이런 일에만 곰처럼 둔하다. 사실은 둔해서 눈호강하는 나야 좋지만.
"너 증말 어디 아픈거 아니야?"
"형, 저 진짜 아픈가봐요."
"뭐?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여길 왜 왔어? 어디가 아픈데?"
"형 때문에 현기증 나요."
아니 그게 무슨 재석이 형이 수다 끊을 소리야? 왜 니가 현기증 나는게 나 때문인건데?!
종국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지으며 광수를 바라보다 이내 제 머리와 광수의 머리에 손을 짚었다. 열은 없는데. 자신보다 길이가 짧고 투박한 손이 이마에 닿았다. 그다지 예쁜 손은 아니었지만 큰 손이 자신의 이마를 덮자 아까까지만 해도 지끈거렸던 머리가 한 순간이나마 평온한 듯 시원해지는 순간이였다.
"많이 어지러워? 집 까지 데려다 줘?"
"아니 형. 그런 옷 입고 집까지 데려다 준다 하면..."
그거 완전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하는 격인데. 아니 종국이형은 라면 안먹으니까 이 비유는 좀 아닌가.
그럼....닭가슴살?
"내 옷이 뭐가 어때서?"
"그 옷 지나치게 야하잖아요!!"
뭐? 야해애애애?! 종국은 자신의 옷 차림을 대충 곁눈질로 쓱 훑어보고는 허! 하고 헛웃음을 냈다. 평소에 운동하면서 편하게 입는 이 옷이 대체 어디가 야한건데?
종국은 현기증 난다던 광수가 아파서 하는 헛소리라고 치부해 버리고는 근처에 벗어 두었던 자신의 두꺼운 잠바를 걸치곤 광수의 앞을 지나치고 앞장서서 밖을 향했다. 쟤 현기증 난다더니 정신도 오락가락 한가보네. 얼른 병원이나 집으로 데려다 주고 오면 낫겠지 뭐.
광수는 앞장서서 나가는 종국을 보며 뒤에서 몰래 한숨을 쉬었다. 저 형은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이 이런 면에서 둔감한지도 모른채 200살 까지 살다가 죽을 것이다. 그런 점이 한편으론 무척이나 귀여운 모습이지만 어찌보면 꽤나 치명적이라 다시 머리가 지끈 거리는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집에가면 단단히 일러 둬야겠다고 판단하며 종국이 밟은 발자국 뒤를 쫓았다. 아까 종국이 저를 향해 다가오던 발걸음이 올때 두근대던 심장처럼 이번에는 자신이 종국에게 가며 기분좋은 소리를 낸다.
"종국이 형! 형때문에 심장까지 두근거려요."
"야, 니가 드디어 죽을때가 다 되어가나보다."
"에~~~이! 무슨 그런말을. 전 죽으면 형이랑 같이 죽을래요."
"죽는게 니 맘대로 되냐."
"종국이형 처럼 저도 200살까지 살아야 할텐데."
"참 나. 200살까지 살아서 뭐하게?"
"형이랑 같이 있으려고요."
지금 이 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