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꾹멍] 짝사랑
w. 밍
이루어지지 못 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좋게 말하면 포기하지 않고 싶었고 심하게 말하면 미련만 가득 묻어 있던 이 감정을 종국은 이만, 놓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고, 마치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평범한 날이었다.
런닝맨 촬영이 있어 촬영장에 온 종국은 오는 길에 지효가 교통사고가 생겨 늦게 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다친 곳은 없는지, 촬영할 수 있을지 온갖 걱정을 다 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따라 예쁘게 꾸민 지효가 교통사고 때문에 늦었다고 사과하며 촬영장 안으로 들어왔다.
해맑게 웃으며 걸어오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이상한 느린 동작이라도 걸려 있는 줄 알았다. 매주 보면서 왜 또 심장은 뛰고 난리인지. 종국의 몸 중 유일하게 뜻대로 안 되는 심장이 지효를 보자마자 두근대기 시작했다.
‘짝사랑이 이렇게 위험한 감정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러다 문득 어제 친구 차태현과 전화하다 태현이 던진 질문이 생각났다. 한창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툭 하고 물었다.
“짝사랑 10년이면 이제 놔줘야 하는 거 아냐?”
종국은 그 질문에 대답도 못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아직은….”하고 얼버무렸었다.
한 번이라도 고백해보고 끝내고 싶었던 짝사랑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종국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촬영에 집중도 안 되고 옆에 있는 지효만 눈에 들어왔다.
특히 지효와 다른 게스트 사이에서 생긴 러브라인이 새삼스레 질투가 나서 어떻게 촬영했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촬영은 이미 다 끝나있었다.
지효는 런닝맨 촬영이 끝난 후 오늘따라 촬영 내내 집중도 못 하고 멍때리고 있던 종국에게 살며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오빠, 종국 오빠 괜찮아? 오늘 오빠 진짜 조용했어, 난 없는 줄 알았다니까?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생각에 빠져 있던 종국은 지효가 물어보고 좀 지나서야 지효를 보고는 대답했다.
“어...어? 아 지효야 어,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어제 늦게까지 운동했더니 잠이 부족한가 봐.”
지효가 종국의 말에 마음을 좀 놓으며 걱정 어린 말투로 잔소리를 했다.
“으이구,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잠도 좀 자면서 운동하고 그래 여자들 운동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 안 좋아해.”
지효에게는 종국을 걱정하며 툭, 던진 말이었지만 종국의 위태했던 짝사랑의 탑이 무너지기에는 충분한 말이었다.
종국은 티 한번 안 내고 좋아해 왔던 건 자신이었지만 10년 동안 누가 자길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지효에게 괜히 서운했다.
이만큼이나 되자 ‘인제 그만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았던 마음이 바라만 봐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 견디질 못하고 종국의 마음속 탑을 억지로 지탱하고 있던 손을 놓는다.
10년 동안 공들여 쌓았던 그 탑이 지효의 한 마디에 손을 놓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좋아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고,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포기했다.
